매일 글쓰기의 시작은 오늘 점심 산책으로 이어가겠다.
점심을 먹고 병커피 한 병을 가지고 산책을 가는 길에 아파트 단지 내에 정자 하나가 있다.
나는 그 곳을 자주 가지는 않지만 그 곳을 좋아한다.
사무실에서 멀지도 않으면서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적고 잠깐 쉬었다 가기 적당해서이다.
이번엔 그 정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려고 산책을 나섰는데 불현듯 불길한 생각이 하나 떠오른다.
일주일 전 점심식사 후 그 정자에 앉아 휴식을 가진 후 사무실에 복귀하였는데,
그 날따라 상사한테 깨지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펑펑울고 울었다고 또 핀잔듣고,
퇴근 후에도 자기 전까지 울다가 잤던 적이 있는데 그 생각이 난 것이다.
내가 그리도 심하게 잘못한 거 같지도 않은데...
혹시나 그 정자에 앉았다 가면 또 비슷한 일이 반복될 까 염려되어 좋아했던 정자를 바라만 보다가
다른 데 자리를 잡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돌아와야 했다.
안 그래도 징크스가 많은 나에게 그 정자는 또 다른 징크스를 안겨준 거 같다.
나무위키에서 징크스의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와 봤다.
징크스란?
본래 의미는 불길한 징후, 불운 등을 뜻한다. "꼭 이 일만 하면 일이 제대로 안 풀린다", "이건 꼭 이렇게 되더라"는 관념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미신의 일종이랄까.
저번주에 정자에 앉았다 갔다 -> 그 날 사무실에서 상사한테 혼이 났다 -> 또 정자에 앉으면 -> 안 좋은 일을 다시 겪을 것이라는 걱정으로 이어질까 하는 두려움이 그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징크스라고 철썩같이 믿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흔히 운동선수들한테 징크스가 있다고 하는데
난 운동선수가 아니고 시합과 같이 남과 직접 경쟁을 하는 일을 하지도 않지만 미신의 영향을 잘 받는 것 같다.
화장실에 가면 세면대에서 세수를 먼저 한 뒤에 변기에 앉아야지, 그 순서가 바뀌면 안 되고,
파우더를 톡톡 두드리고 간 날엔 회사에서 꼭 눈물 빼는 일이 생겨서 파우더는 주말에만 두드리고
지금은 근무지역이 바뀌어서 없어진 징크스지만 예전엔 지하철 탈 때 정해진 칸에서만 타고 내린 적도 있었고,
좋아했던 옷을 한 번 안 좋은 일이 생긴 뒤로 그 옷을 입을 때마다 일이 꼬여서 계속 입지 못하다 버린 적도 있었다.
징크스를 없애려고 한다면 징크스에 해당하는 행동을 일부러라도 해서
그 행동으로 인해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서 극복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항상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고, 그 결과 내가 겪어야했던 아픔이 컸기 때문에
그저 하루하루를 무사히 보내기 위해 징크스를 유발하는 행동을 피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 여기고 있다.
유일한 방법은 환경이 바뀌어 기존의 징크스를 다른 징크스로 대체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죽는 그 날까지 내가 안고가야 할 숙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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