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부캐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특히 예능프로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의 다양한 부캐들을 재미있게 봤었다.
그렇다면 부캐가 대체 뭘까?
네이버 사전에서 부캐의 뜻을 찾아보았더니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본래 게임에서 사용되던 용어로, 온라인 게임에서 본래 사용하던 계정이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이후 일상생활로 사용이 확대되면서 '평소의 나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행동할 때'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출처: terms.naver.com/entry.nhn?docId=5962926&cid=43667&categoryId=43667)
그렇다면 갑자기 왜 부캐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가?
사람 상대를 많이 하는 직업을 하다 보니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많이 대하게 되는데
특히나 콜포비아가 있는 내게 불특정 다수와의 전화통화는 정말 곤욕이 아닐 수 없다.
가끔은 사람들을 대하다가 말문이 막히게 되는 순간
진상들의 단골 멘트가 나온다.
"네 이름 뭐야????"
어휴 --
잘못 걸렸다 싶은 생각이 들지만
직업상 내가 을이다 보니 하는 수 없이 이름을 얘기해 주는 수 밖에 없다.
이름 얘기하는거 갖고 왜 유난을 떠나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평범하지 않은 실명을 가진 사람의 경우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평범한 이름을 가진 사람의 경우 수많은 동명이인들 뒤에 숨을 수 있지만
특이한 이름을 가진 경우에는 그러질 못한다.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은 나 밖에 없거나 적어도 동명이인이 그리 많이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름을 적어간 사람은 적어도 그 이름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퇴근 후에도
주말이나 쉬는 날에도
혹은 그 직업에서 벗어난 순간이 온다고 해도
어디선가 나와 그 사람이 마주치게 되고 내 이름을 접하게 된다면
상대방이 나를 그 때 그 당시의 안 좋았던 상황과 연관지어서
나를 또 다시 괴롭힐 지도 모른다는
그래서 내가 잘못될 것만 같은 두려움을 갖게 된다.
내 이름 때문에 내 직업과 무관한 상황에서도 그 일에서 못 벗어날 것만 같은 몹쓸 두려움을...
상대방이 내 이름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미치게 된 이후부터 나는 내 이름을 알려주는 것을 최대한 꺼리게 되었다.
직장 때려치우고 나를 찾지 못하게 얼굴 싹 뜯어고치고 평범한 이름으로 개명을 해야하나 고민을 해오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연예인들처럼 내게도 부캐가 있다면 어떨까?
본명이 따로 있고 예명으로 활동하는 연예인들도 많은데
나도 그렇게 하면 안 될까?
일부 외국계 회사들이나 영어를 많이 쓰는 곳에서는 영어이름을 만들어서 일하는 데도 있다는데
나도 부캐를 만들어서 일할 땐 부캐를 가지고 평소의 나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일하고
사적 공간에서만 진정한 내 모습으로 내 실명으로 살아가고 싶은 소망을 언젠가는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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