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 달을 보내며...
2021년 새해를 맞이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코로나는 여전하고 눈도 자주 내렸다.
내게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우선, 회사 인사이동을 했다.
있던 데서 1년 더 있으면 순서상 올해 말에는 승진이 거의 확실하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모든 걸 내려놓고 나왔다.
연고도 없고 가족도 없는 곳에서 혼자 있으면서
늘 남 일 하는 기분이 들어 일적으로도 적성에 맞지 않았고 사람 때문에도 스트레스가 쌓여갔지만
스트레스를 풀 곳도 마땅치 않고 내 개인적인 시간도 제대로 가지지 못해 쌓여만 가다보니
묵혀있던 우울증이 더 심각해지고 무기력해지는 현상까지 생기며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듯한 기분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이대로 더 있다가는 내가 어떻게 잘못될 것만 같았다. 올해 1년을 그곳에서 더 버텨나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커리어고 뭐고 일단은 살아야 했다.
살아남아야 커리어도 있고 뭐도 있는거지, 죽으면 다 소용없는 일 아닌가.
그리하여 가족들이 있는 집 근처로 이동을 했고,
말을 많이 하니 목이 좀 아프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랑 입씨름 하고 나면 기빨려서 지치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남일이 아니라 내 일 하는거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하다.
퇴근 후 내 시간도 생겼다.
아직은 휴대폰을 보거나 퍼즐을 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좀 더 건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차차 생각해보려고 한다.
약 3년 정도 휴대폰 앱으로 일기를 쓰고 일정관리를 하다가 종이로 돌아왔다.
휴대폰 앱이 접근성이 좋기는 하지만, 타자치는게 은근히 불편했다.
오타도 많았다. 나중에는 귀찮아서 일기 쓰는 것도 점점 미루게 되었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살까도 했지만 조금 쓰다가 좀 지나서는 자주 안 쓸거 같아 돈이 아까운 기분이 들어 접었다.
요즘같이 작심삼일이 일상화된 상황에선 새로운 것을 사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는거 같다.
정신과 치료를 마무리 하였다.
우울증에 무기력감으로 인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싶어 시작했었는데,
상담 몇번 하고 약도 간간히 먹고 하다가 기간이 길진 않았지만 해가 바뀌고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되고 인사이동하면서 상태가 전보다 나아짐을 느꼈다. 사람들을 상대하면서도 예전과 달리 감정적으로 덜 동요되는 것을 느낀다. 물론 오래 묵은 문제점들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고, 그것들은 앞으로 내가 개인적으로 안고 가면서 풀어가야 할 숙제로 남아있지만 최소한 죽을거 같은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데 의의를 둔다.
늘 새해가 되자 마자 1년치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고
나중에 연말이 되면 반 이상은 실천하지 못한 채로 흘러가기를 반복했는데
이번에도 목표를 세워봐야 실천하지 못하고 죄책감만 가진 채 한 해를 보낼 것이 예상되어
올해에는 특별히 목표를 세우지 않고 한 달을 보내봤다.
그래도 한 달이 무사히 지나갔다.
올해 목표는 하나다.
(주변 이런거 신경쓰지 말고) 오직 나만을 위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