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학창시절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더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도 했었는데,
뛰어난 재능이 있는것도 아니고,
나를 무시하고 내게 함부로 대하는 친구들을 말이나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공부밖에 없다고 느끼고
그렇게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내 삶의 유일한 목표는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공부 열심히 해서
무엇이 되었든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갖고 능력있는 사람이 되어 부자가 되어
내 능력과 부로 학창시절에 친구들한테 무시당한 설움을 되갚아주는 것이었다. 요즘말로 갑질이 하고 싶었다.
중간중간에 집중이 안 되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이 목표는 나를 다잡아주곤 했다.
그러다 대학공부까지 마치고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알아보는 단계에서
나는 점점 좌절감을 겪기 시작했다.
학교생활의 어려움으로 인해
제대로 말하는법,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취업지원을 할 때마다 번번히 미끄러져만 갔다.
사회성의 부족이 내 발목을 잡은 것이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그렇게 강조를 하던데
그 때 당시엔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거 같다.
사전적인 의미는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하는데,
그땐 그저 타고난 말발 정도로만 생각했고, 외향적인 사람들의 전유물이지 내향적인 나같은 건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외향적인 사람들만 선호하는 이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것은 회사 내적으로는 직장동료/상사/부하들과 어우러져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이요,
외적으로는 언어를 통해 고객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회사가 가진 장점이 이러한 요구를 잘 맞춰줄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여 고객으로 하여금 회사의 재화/용역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능력,
결론적으로는 사회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찌됬던 내가 원하던 돈 잘 버는 분야의 좋은 직장에는 계속 미끄러지고
조그마한, 소소한 직장에 들어갔지만
내 목표와는 너무도 달랐기에 만족하지 못했고
여기서도 그 놈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하여
상사와 잦은 트러블을 겪다가 짧은 기간밖에 일을 못하고 나와야만 했다.
그렇게 짧은 경력만 반복되다 보니
이력서를 제출해도 통과가 점점 안 되다 못해 통과율이 0에 수렴하게 되고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는 모습에
목표와는 점점 멀어져가는 내 모습을 보며
현생에서는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고
어느덧 나는 목표를 포기하게 되었다.
그 후 방황이 시작되었다.
나를 다잡아줄 목표를 잃어버리고 없어서
공부를 해봐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무엇이든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부모님의 권유로 현재 직장에 다니게 되었지만
역시나 가장 큰 문제는 사람 상대였다.
잦은 폭언에 시달려야 했고,
어떤 종류의 사람이 언제 어떤 사유로 나를 찾을지 모를 불안감에 시달렸다.
중심이 잡혀있지 않으니 끊임없이 휘둘렸다.
벗어나려 해봐도 나이는 점점 먹어가고
나이에 비해 경력은 물경력 뿐이라 형편없고
나를 오라고 하는 데는 없는데
나만 바라보는 가족들이 있어 무작정 떠나버릴 수도 없었다.
잘 하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보자는 마음에
몇 년 전부터 자기계발서도 읽어보고 관련 동영상도 찾아보고
여러가지 검사도 받아보면서 나를 알려는 노력도 해봐도
그저 성공만 하라고 나 자신을 몰아부치기만 했던 세월탓인가
사람들 눈치만 보며 살아왔던 세월탓인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알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내 기분은 더욱 더 가라앉기만 했고,
자기계발 노력 조차도 손에 안 잡혀
내가 봐도 내가 너무 게을러지고 무기력해졌다.
그러다 한번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파란만장한 내 삶을 책으로 남겨보는건 어떨까?
근데 진로를 찾아보려고 어느 컨설팅을 갔더니 이런 똑같은 말을 해주었다.
아직 무기력이 완전히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내가 살아온 과정을 책으로 남겨보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삼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에게 복수하기 위해 또는 잘 보이기 위해
즉, 남을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하여, 내가 행복하기 위하여
나만 생각하고 내 감정에 충실하고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다가
나를 위한 내 삶의 책을 남기는 것.
내 휴대폰 케이스에 이런 문구가 있다는걸 구매 당시엔 몰랐는데 뒤늦게 발견했다.
Be yourself. 너 자신이 되어라
Believe everyday is colorful. 매일매일이 알록달록하다는 것을 믿어라.